♧ 마음 다스리기 - 한스컨설팅 대표 한근태 ♧
지인과 함께 제주도로 여행한 적이 있다. 한라산도 오르고 올레길도 걷고 맛난 것도 먹었다.
정말 환상적인 여행이었다.
하지만 그 분은 여행을 전혀 즐기지 못했다. 며칠 전 큰 비로 물에 잠긴 외제차 걱정 때문이다.
올레길을 걸으면서 그 분은 서울에 있는 자식들과 계속 통화를 했다.
“얼마나 돈이 든다니, 보험에서 얼마까지 커버가 된다니, 그렇게 되면 어떻게 하니, 다른 수리소도 알아봐라,
사기칠 지 모르니 일일이 지켜봐라… “ 자식 셋과 돌아가면서 전화를 하고 때론 보험회사 직원과도 전화를 했다.
이것저것 따지고 화를 내고, 소리 지르고… 그 분은 멋진 제주 바다를 하나도 보지 못하는 것 같았다.
몸은 천국에 있었지만 마음은 지옥에 있는 것 같았다.
행복을 위해서는 자기 마음을 다스릴 줄 있어야 한다.
평상심을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 어떻게 해야 마음의 평화를 가질 수 있을까?
첫째, 욕심과 집착을 버려야 한다.
바둑에 부득탐승(不得貪勝)이란 말이 있다. 승리를 탐하면 이길 수 없다는 말이다.
우리가 힘든 이유는 욕심 때문이다.
태국 출신 고승 아잔 차 스님은 이런 말을 한다.
“조금 내려놓으면 조금 평화로워질 것이다. 많이 내려놓으면 많이 평화로워질 것이다.
완전히 내려놓으면 완전한 평화와 자유를 알게 될 것이다. 그때 세상과의 싸움은 끝난다.”
마음을 시끄럽게 하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욕심 때문이다. 욕심 부린다고 얻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곰곰이 생각하면 이 세상에 우리 것은 없다. 모두 잠시 빌린 것뿐이다.
내 육체도 돈도 자식도 권력도 내 것이 아니다. 가능한 많은 것을 내려놓아야 한다.
둘째, 고정관념과 망상이다.
남들은 나에 대해 아무 생각도 없는데 혼자 미워하고 끌탕을 하는 경우가 많다.
스티븐 코비 박사는 강의 중 동양 남자로 인해 몹시 불쾌했다.
자기 강의를 듣지 않고 옆에 있는 젊은 여자와 계속 수다를 떨고 있었기 때문이다.
신경이 쓰여 강의도 제대로 못했다. 알고 보니 그 여자는 동시통역사였고 그는 통역사의 말을 듣고 있었다.
그 사실을 알자 기분이 좋아졌다.
이처럼 우리를 괴롭히는 것은 사건 자체가 아니다. 그 사건에 대한 어떻게 생각하고 해석하느냐 때문에 괴롭다.
우리가 보고 해석하는 것이 항상 옳은 것은 아니다.
어떤 일 때문에 신경이 쓰여 행복하지 않다면 그 해석에 의문을 제기하고 진실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아침부터 인상을 쓰고 있는 상사는 당신 때문이 아니라 집안 일 때문에 그럴 수 있다.
셋째, 천천히 살아야 한다.
요즘 사람들은 너무 급하다. 정신 없이 빨리 달린다. 늘 마감시간에 쫓긴다. 제대로 사는 것이 아니다.
제한속도 100킬로로 달려야 할 구간을 140킬로로 달리면 연료 소모도 많고 정서도 불안해진다.
자신도 모르게 흥분해서 들뜨게 되고 피로가 가중된다. 본의 아니게 사고 날 확률도 높아진다.
꽉 찬 스케줄을 가진 사람은 유능한 것이 아니라 무능한 것이다.
바쁘다는 의미의 한자는 망(忙)이다. 마음 심(心)자에 망할 망(亡)이다. 마음이 망했다는 의미다.
정신 줄을 놓았다는 것이다. 그런 사람은 급한 일에 쫓겨 정말 소중한 일에 시간을 쓸 수 없다.
좋은 기회가 와도 잡을 수 없다. 천천히 가는 것이 빨리 가는 것이다. 인디언들은 달리다가 주기적으로 쉰다.
그들의 영혼이 쫓아올 시간을 주기 위해서다.
넷째, 혼자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
우리들은 번잡하고 정신 없이 살고 있다. 복잡한 관계 때문이다.
그 관계 확인을 위해 12월은 저녁마다 몇 탕씩 송년회를 하기도 한다.
이럴 때일수록 혼자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 다른 사람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혼자 있을 수 있어야 한다.
홀로 있어 봐야 이웃과의 관계를 새롭게 볼 수 있다.
늘 얽혀 있으면 자기 존재에 대한 확인도 안 되고, 이웃과 내가 어떤 관계인지도 모르게 된다.
홀로 있다는 것은 명상의 문이 열릴 수 있는 시간이 주어졌음을 의미한다.
모든 사람이 부자가 될 수는 없다. 모든 사람이 권력을 가질 수는 없다. 모든 사람이 머리가 좋을 수는 없다.
하지만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행복해질 수는 있다. 모든 것은 마음먹기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핵심은 바로 깨달음이다. 깨닫지 못한 사람의 마음은 잔뜩 때가 낀 거울과 같다.
사물을 비추지 못하는 것은 이미 거울이 아니다. 하지만 물로 씻어내고 수건으로 닦아내면 거울은 다시 사물을 비춘다.
마음의 먼지도 이같이 털어낼 일이다. 표면이 흐려지면 거울은 사물 비추기를 거부하고 제 자신을 고집하게 된다.
제 자신을 고집할 때 거울은 이미 거울이 아니다. 부지런히 닦지 않으면 거울은 금세 더러워진다.
마음 밭도 이와 다를 것이 없다. 차분히 가라앉혀 침묵을 깃들여야 한다. 생각을 걷어내야 한다. 그 끝에 깨달음이 있다.